지난 달 29일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장애인 화장실은 청소도구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블로거 '원표'님이 본인의 경험담을 써서 올린 이 기사는 한 예식장에서 휠체어를 탄 채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다가 화장실 안의 각종 청소 도구와 비품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원표'님의 글 보기->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89890 >


'원표'님의 글을 보고 과연 공공 시설의 장애인 화장실이 실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는지, 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자 주말 동안 대학로, 동대문,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장애인 화장실을 살펴 보았다.


지하철 역, 대형 빌딩, 쇼핑몰, 멀티플렉스 극장, 예식장, 대형 서점, 공원 등 약 20여 곳을 다녀본 결과 안타깝게도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는 곳이 가장 많았다.


그나마 지하철 역과 대형서점, 멀티플렉스 극장, 공원, 신축 건물 등은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남녀 구분이 돼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화장실을 性의 구분 없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다소 위험해 보이거나 아예 사용이 힘들만큼 지저분한 곳도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공공 시설 장애인 화장실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1. 종묘 공원 화장실


종묘 공원 내 화장실이다. 이 곳은 특히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안전하고 편리한 장애인 화장실이 요구되는 곳이다.


 

남자 장애인 화장실. 악취가 코를 찔러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언제 청소를 한 것인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지저분하고 비품도 구비돼 있지 않다. 특히,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미끌거려 장애인들은 물론,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넘어져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2. 지하철 4호선 동대문 역사 내 화장실


 대부분의 화장실이 그렇듯 남녀 화장실의 입구가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 입구에만 위치하고 있어 여성 장애인의 경우에는 남자 화장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입구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장실 내부는 공간도 충분하고 비품도 잘 갖춰져 있어

사용하기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어보였다.



 

3. 동대문 D 쇼핑몰 화장실

 

 여자화장실이다. 제일 첫번째 칸에 '장애인용' 임을 알리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그러나, 엄연히 장애인 표시판을 달고 있는 이 화장실은 다른 칸과 똑같은 일반 화장실이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일반칸에 형식적으로 장애인 표시판만 달아놓은 것이다. 이른바 '무늬만 장애인 화장실'인 셈이다.


 남자 화장실 안에도 역시 장애인 표시판이 붙어있다.


다행히 남자 화장실은 공간이 확보된 진짜 장애인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여성 장애인이 이 쇼핑몰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여자 화장실 대신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용무를 보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4. 종로 D 극장 내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을 중심으로 왼쪽에 여자 화장실, 오른쪽에 남자화장실이 있었다. 역시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문을 열자 대걸레와 빗자루, 쓰레받이가 보인다. 청소도구 보관함이 엄연히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화장실에 물품을 보관해 놓았다.





5. 종로 K 대형 서점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입구 바로 앞에 비품 상자를 쌓아놓은 것이 눈에 띈다.


비품 상자가 입구를 막고 있어 휠체어의 진입을 방해할 수 있다.




6.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화장실

 

청소 도구와 각종 잡동사니들로 바닥이 어지럽혀져 있어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용무를 볼 수 없다.




7. 종로 피카디리 극장 화장실

(조사해 본 20여 곳 가운데 유일하게 발견한 모범적인 사례이다.)

 

남녀 장애인 화장실이 반대편에 따로 구분되어 있다.


화장실 내부. 공간도 여유있고 비품도 잘 구비되어 있다. 바닥에 물기도 없으며 매우 쾌적한 분위기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선진 화장실 문화를 외국에서 벤치마킹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가 많이 발전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선진 문화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선진 화장실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로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용자가 없을 경우 비장애인도 얼마든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Reported by 신효정 (http://topstargirl.com)






Posted by 신효정

어느 새 12월에 들어선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완연한 겨울이다.

겨울은 다른 계절과 달리 반드시 따뜻한 실내 휴식 공간이 필요한 시기이다.


노인들로 북적이는 종로의 탑골, 종묘 공원 일대가 궁금했다.

마땅히 갈 곳 없이 적적한 노인들이 모여 신문도 읽고, 장기도 두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그 곳은 추운 날씨때문인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하고 썰렁한 모습이었다.


대신 종로3가 역내에서 평소보다 많은 노인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인들에게 겨울은 집에 있자니 말벗이 없어 적적하고, 밖에 나가자니 너무 추운 계절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곳에 노인들의 아지트가 형성되었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갈 곳이 없어 이 곳으로 더욱 몰려드는 노인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보았다.









늘 노인들로 북적이던 종묘, 탑골 공원 일대.

평소보다 부쩍 한산한 가운데 간간이 앉아있는 할아버지들만 눈에 띈다.

그나마 많이 춥지 않은 날씨 탓에 실외에 나와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날씨가 더욱 추워진다면 이들도 따뜻한 곳을 찾아 배회할 것이다.

 

 





종로 3가 역사 내부.

단순한 노숙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추운 날씨에 갈 곳이 없어 이 곳으로 모여든 노인들이다.

 



아침부터 이 곳에 왔다는 한 할머니는 가방 속에 요구르트를 몇 줄씩 싸와 옆에 있는 분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주위의 다른 노인들과 친밀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 곳을 찾는 것이 일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놀이도구들.

노인들은 역사 내 좁은 공간에서 주로 바둑과 장기를 두며 심심한 시간을 달랜다.








올해 76세라는 한 할아버지는 "집에 있자니 다른 가족들에게 눈치 보이고 혼자라 쓸쓸하다"며 "다른 노인들과 말벗이라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 곳이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역내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커다란 트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겨울, 화려한 성탄 트리보다 우리 주위의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신효정 (http://topstargirl.com)
사진: 몽구




Posted by 신효정